3년 전 강진의 느루갤러리에서 김두엽·정영현 모자전 (母子展)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매월 바뀌는 그림 전시회 관람을 위해 가끔씩 가던 느루갤러리에서 9월5일부터 10월25일까지 도 다시 모자전이 열리고 있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늘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김두엽화가의 그림과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928년 오사카 출생인 올해 96세의 김두엽 화가는 한국의 '모지스'이자 '로즈 와일리'로 불립니다.
김두엽화가의 그림은 모지스와 로즈 와일리처럼 그림의 색이 화려하고 발랄하며 과거와 현재의 일상을 담백하고 아름답게 담아내어 마치 스토리가 있는 동화를 읽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사랑스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화가가 되기 이전에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뛰어난 손재주로 옷 수선 일을 하셨는데 연세가 들어 그 일도 못하고 집에서 무료하게 사과를 그리고 있는 어머니를 발견한 아들이 엄마의 재능을 알아보고 크레파스를 사주면서 본격적으로 그림 그리기가 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때 나이가 83세였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아들이 화가인데도 엄마의 재능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도 재미있고 한들을 70세가 되서야 배우셨다고 하니 그림과 문자해독이라는 늦깎이 배움이 할머니 삶의 끄트머리를 훨씬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아 나이 들어가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는 시니어들에게는 훌륭한 롤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2019년 kbs 인간극장을 통해 잘 알려진 김두엽 할머니 화가는 그 이후로 자서전을 겸한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를 출간하고 나태주 시인과 함께 '지금처럼 그렇게'라는 그림책과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사랑했던 그 사람', '사랑하는 예쁜 꽃' 등의 그림 워크북 3종을 아들과 함께 펴내기도 했습니다.


김두엽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앞에 두고 아들과 대화하는 것이 좋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셨다고 합니다. 그 풍경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강진 느루갤러리 '2080모자전' 리플릿에 나온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내가 뭘 잘했다고 칭찬을 하지?"
"그저 작은 사과 한 개를 그려놓았을 뿐인데..."
평생 뭘 잘했다고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던 터라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옆집 한 번 그려봐야지 하고 시골길을 지나 학교 앞 문방구에 가서 스케치북을 사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림은 칭찬을 넘어서 대화가 되어갔다.
그림을 그려놓고 집에 돌아온 막내 현영이에게 보여주면 칭찬도 듣고 그림을 놓고 대화도 한다.
"오늘은 뭘 그릴까?"
그림을 그리면서 혼잣말을 한다. 그때는 우리가 이러고 살았지. 그때 이런 일을 하면서 힘들었지만 참 좋은 세월이었지..
힘들었던 내게 그 사람이 힘이 되어주고 이해해 주었던 시절이 있었지..
그림을 그리면서 혼자 대화를 하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친구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없이 적적했던 하루였지만 그림을 그리는 낮 시간이 지나고 아들과의 대화로 저녁시간을 보낸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대화하는 것이다.
전시회를 또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올까 하여 마음이 설렌다.
28년생 할머니 화가의 더운 여름날이다.
김두엽할머니 화가의 그림은 2023.9.5~10.25 강진 느루갤러리(강진군·읍 목리안3길3)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밝고 화사한 햇살에 곡식이 무르익어가는 가을 풍경과 어울리는 모자전을 꼭 한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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